밖의 존재
The Existence of Outside


2020.2.27. - 2020.3.8.


Www Space Gallery
(서울 마포구 망원로 6길 37 B1)





달린다. 무수히 광활한 자연을. 머리 사이로 땀이 나고, 바로 바람에 식는다.
푸른 향이 난다. 아무도 없다. 하늘과 땅이 넓다.

눈을 뜨면 네모 안에 갇힌 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껴 키운 화분의 식물 향을 맡으면서도 어딘가 도망갈 틈을 찾고 있다.

두드린다. 두드린다. 두드린다.
벽이 갈라진다. 작은 틈이 생긴다. 금이 가고 균열이 난다.
곧 구멍이 된다. 점차 넓어진 구멍은 창이 되고 문이 된다. 내 몸 하나가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구멍.
구멍 밖으로 발을 내딛어 걷는다. 긴 통로를 걷는다.
이내 다른 세계에 도달한다.

집에 그림을 거는 것은 어딘가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마음이다.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희망. 답답하고 힘이 들때 훌쩍 떠나버릴 그곳. 환상 속 세계. 자유로운 세계.
내가 그림을 그릴 때도 그렇다. 막힘 없이,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내 작업은 자유를 향해 달리고 그렇게 완성된 자유세계는 액자에 끼워져 누군가의 집에 걸린다.
그 누군가가 답답함을 느낄 때, 액자 안으로 발을 딛으면 그는 자신의 자유세계로 이동할 것이다.



글/ 최가효




gahy01993@gmail.com